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최근 니파(Nipah) 바이러스를 제1군 감염병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제1군 감염병은 전파력이 높고 치명률이 심각한 감염병으로, 발생 즉시 신고·격리 등 최고 수준의 대응이 의무화된다. 이번 조치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잇따라 보고된 니파 바이러스 감염 사례와 잠재적 유입 가능성을 고려한 선제 대응 조치다.
니파 바이러스는 박쥐와 돼지를 매개체로 전파되며, 사람 간 감염도 가능한 고위험 바이러스다. 주요 증상은 발열, 두통, 호흡곤란, 신경학적 이상이며, 치사율은 최대 75%에 달한다. 현재까지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방역 당국은 조기 발견과 차단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있다.
한국은 이번 지정을 통해 공항·항만 검역을 강화하고, 해외 유입 환자 발생 시 즉각적인 역학조사와 격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국의 의료기관에 ‘의심 환자 발견 시 즉시 신고’ 지침을 하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과도한 공포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감염내과 교수는 “니파 바이러스는 위험하지만 아직 국내 유입 사례는 없다”며 “국민이 과도한 불안에 휩싸이기보다 방역 체계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 사회에서도 니파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집단 감염이 보고되었고, WHO는 이를 차세대 팬데믹 위협 요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한국의 제1군 지정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조치로, 아시아 내 감염병 대응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니파 바이러스 지정은 단순히 법적 분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국 사회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선제 대응’과 ‘조기 차단’의 중요성을 체득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다.